○ “이것 사러 ○○마트 가요”
이마트의 ‘반값’ 시리즈, 롯데마트의 ‘통큰’ 시리즈처럼 이름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출발한 대형마트의 기획형 저가상품이 점차 손님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특화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가 한동안 섬유유연제 ‘다우니’를 독점 수입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토종 대형마트들도 치밀한 사전기획을 통해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통큰 아몬드’도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 있는 상품이다. 800g들이 한 봉에 1만 원으로 다른 브랜드 제품에 비해 25%가량 싼 이 제품은 롯데마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수(特需)를 겨냥해 반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산지를 찾아다니며 기획한 상품이다. 롯데마트는 평소 판매량을 감안해 준비했던 5개월분 물량 11억 원어치가 한 달 만에 다 팔리자 부랴부랴 물량 추가 확보에 나섰다.
○ 中企제품, 대형마트 이름값에 대접
대형마트가 이처럼 경쟁력 있는 저가 기획상품 발굴에 열을 올리면서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기술이 뛰어나고 제품 품질이 우수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판로를 찾지 못했던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형마트의 이름값에 힘입어 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롯데마트가 국내 최대 장난감 블록 제조회사인 ‘옥스포드’와 손잡고 만든 ‘통큰 블록’ 시리즈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 제품은 월평균 5000여 개가 팔리는 롯데마트 장난감 코너의 1등 상품이다. TG삼보가 고가(高價)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중소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았던 TV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마트와의 제휴 덕분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