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황제들은 권력 과시용으로 동물을 수집했다. 로마제국의 트라야누스 황제는 호랑이와 코끼리 등 1만1000마리를 소장했으나 다키아 정벌을 기념해 123일 동안 사냥경기를 열며 모두 도륙했다. 동물원이 ‘오락과 교육 목적으로 동물을 전시하는 곳’이란 정의를 갖게 된 19세기 이후에도 동물은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였다. 당시 유럽 열강들은 동물원을 통해 식민지 지배력을 과시했다. 희귀 동물은 먼 이국땅을 정복했다는 상징이었다. 1870년대 독일의 하겐베크 동물원은 관람객이 줄자 수단과 스리랑카 사람들을 잡아와 전시하기도 했다.
▷흔히 동물원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들 하지만 증명된 적은 없다. 오히려 미국 예일대 스티븐 켈러트 박사는 동물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거미 나방 같은 곤충을 박멸하려 하는 등 일반인과 같은 편견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원이 멸종위기종을 보존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친교배가 많아 일부 종은 폐사율이 야생보다 6, 7배 높다. 사람 손에서 큰 희귀종은 자연 상태의 특징이 희미해져 애초에 보존하려 했던 동물과 같은 종인지도 의문시된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