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 발병 급증… 백신접종 꼭 해야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한 여성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있다. 한림대 의료원 제공
2008년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1.2명으로 일본의 9.8명, 영국의 7.2명보다 여전히 높다.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암까지 포함할 경우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흔히 자궁경부암을 후진국 암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박영한 한림대 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세계화로 다인종 사회가 되면서 자궁경부암이 증가하고 있다. 또 많은 환자가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 일찍 치료가 되고 있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발병률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주로 50세 전후에 발병하던 자궁경부암이 최근 들어 20, 30대 연령에서 크게 늘었다. 200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15∼34세에서 갑상샘(갑상선),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다. 35∼64세에서 자궁경부암이 갑상샘, 유방, 위, 대장암에 이어 다섯 번째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환자 중 35세 미만 연령의 비율이 1990년대 초 6%에 비해 2006년 11.3%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젊은 미혼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영향이 크다”면서 “최근 성 경험 연령이 빨라지면서 20, 3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으로 80% 예방 가능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생원인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16형과 18형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해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성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접종할 때 면역력을 더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선 자궁경부암 백신 두 가지가 출시돼 있다. 즉 가장 많은 빈도로 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 16번과 18번을 막는 ‘서바릭스’와 이 두 가지 외에 성기사마귀를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 6번, 11번까지 막는 ‘가다실’이 있다.
이 백신들은 만 9세에서 26세 여성이라면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다. 6개월 이내에 총 3회 접종한다. 이 시기를 놓친 젊은 여성과 45세까지의 중년 여성도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전문의와 상담하여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다. 백신 사용 전에 바이러스 검사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하면 암의 발견율을 높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통해 어릴 때부터 면역력을 키워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백신 접종으로 100%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단계에서 발견만 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조기 검사 중 하나인 자궁경부암 세포 검진은 정확도가 약 80%다. 6개월∼1년마다 검진을 받으면 90%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검사 후에도 시일이 경과하면 변형된 세포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하거나 정기검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011년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은 31.6%에 불과했다. 자궁경부암 발병 가능성을 80% 이상 낮춰 준다는 예방백신도 실제 접종한 여성은 19.2%로,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성 문화는 개방되어 있으나 자궁경부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과 정부 당국의 홍보와 교육 노력이 필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