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철학 놓고 경쟁하겠다” 사실상 출마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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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떠난 뒤 올 3월부터 모교인 서울대 경영대에서 강의해 온 그는 “수업이 종료되는 6월 초쯤 밝힐 생각이었지만 (다른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지금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공식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4·11총선이 끝난 지 3주 만에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임 전 실장이 출사표를 낼 뜻을 밝힘에 따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가 점쳐지던 경선 무대의 ‘판’이 더 커지면서 뜨겁게 달궈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을 돌며 민생투어에 나선 이재오 의원이 5월 10일경 출마를 선언하면 박 위원장을 중심에 놓고 4명의 비박(비박근혜) 후보가 에워싸는 ‘1+4 구도’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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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표심 반영’ 경선룰 변경 요구
2000년 이후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세 번 당선된 임 전 실장은 의원직을 버리고 대통령실장(2010년 7월∼2011년 12월)을 지내며 이명박 정부의 2인자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자산이자 부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일하는 정치인이란 자리를 선점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던지면 수도권의 젊은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의견과 “박 위원장에 맞서는 게 이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MB(이 대통령) 심판론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박 위원장의 수도권 경쟁력에 의문을 던지면서 형성된 ‘비박 연대’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 등 다른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와는 다른 경선 룰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젊은 표심을 확대 반영해야 한다. 당 대표를 뽑을 때 적용하는 ‘청년 선거인’ 의무조항을 대선후보 선출 때도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규 8조 2의 ⑤항은 당대표 선출 때 19∼40세 ‘청년선거인’을 일정 비율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 얽히고설킨 4인의 관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왼쪽)이 29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임명한 뒤 퇴임하는 임 전 실장과 함께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4인 후보는 경선 캠프를 꾸려 몸집 불리기를 한 뒤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의 관계는 ‘경쟁’과 ‘견제’일 수밖에 없다. 동갑(1951년생)이며 서울대 상대 동기(70학번)인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60대 초반이다. 이 의원은 두 사람보다 여섯 살 위다. 이번 총선으로 7선이 된 정 전 대표, 주요 당직과 특임장관, MB의 분신이라는 평가 속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이 의원,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에 각각 재선한 김 지사는 연령이나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대권’말고는 남은 선택지가 없고 차차기를 기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76학번인 임 전 실장은 ‘박근혜 정조준’보다는 미래지향적 국정 어젠다를 제시해 나머지 3명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보’가 전제되는 비박 단일화에 대한 각 주자의 언급도 조심스럽다. 각 진영에선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니 ‘킹 메이커’니 하는 표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의미 있는 여권 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의원은 일단 “당의 요구가 있지 않으면 먼저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