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0년차 이진호(대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대구에서 ‘희생’을 배웠다는 이진호는 팀의 조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제공|대구FC
도·시민구단 최고순위 7위·강팀 잡는 ‘도깨비 부대’…대구FC 돌풍의 주역
팬들이 절 잘몰라서 등번호 세리머니
이젠 중고참…잔소리 하는 선배 됐죠
‘희생’의 덕목 가르쳐 준 모아시르감독
팀 분위기? 우리 져도 고개 안숙여요
○포항 잡은 환상적인 발리슛
-시즌 2호 골이다.
“팀이 귀중한 승점3을 챙겨서 그걸로 만족해요. 축하를 많이 받고 있지만, 저는 팀원들에게 축하해 줬습니다. 모두 열심히 뛰었으니까요. 골을 넣어서 기분은 좋네요.^^”
-득점 상황을 설명해 달라.
-특별한 세리머니는 없었나.
“제가 올 시즌 대구에 와서 팬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어서 등 돌려 제 이름 석자를 가리켰죠. 대구 팬들께서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네요ㅋ”
-포항에서 6개월 임대 생활을 했다.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친정팀과의 경기였지만, 중요한 건 지금 몸담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포항 시절에는 원 소속팀인 울산 경기를 맞아 죽을 만큼 열심히 뛰었죠. 친정팀은 개인의 문제이지 현재 팀과는 상관없잖아요. 소속팀에 필요한건 승점3 이고요. 같이 뛰던 선수들과 뛴다는 게 조금 어색하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 ‘중고참’ 이진호의 후배사랑
“선수가 자신에 맞는 팀이 있고 감독도 마찬가지예요. 프로 세계에서 필요할 때는 팀에 있는 거고 필요하지 않다 싶을 때는 자신과 구단을 위해 팀을 떠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섭섭한 마음보다는 저를 보낸 걸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선수들은 다 같은 마음일거예요.”
-대구에서 현재 위치는.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프로 선수 생활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프로 생활을 하다보니까 선배들과의 벽이 높았어요. 끌려 다니는 입장이었죠. 근데 대구에 와서는 어느덧 ‘중고참’이 됐습니다. 예전 선배들이 싫은 소리, 잔소리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잔소리 많이 하나.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벤치에 앉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선수들이 나중에 경기에 나설 수도 있는 거고 보탬이 될 거니까요. 제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요. 선수들에게 조언해 주려고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
“포항 경기가 끝나고 (김)대열이가 울면서 저한테 고맙다는 얘기를 했어요. 대열이가 최근 자기 플레이가 안 나오니까 자신감을 잃어 마음고생이 심했거든요. 제가 낙심하지 말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그걸 고맙게 생각한 것 같아요. 골을 넣어서 고맙다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 ‘조연’을 자처한 이진호
-40여 일만의 득점인데.
“오랜만에 득점을 해서 홀가분한 기분이었어요. 저도 제 스타일을 잘 알잖아요. 제가 골을 많이 넣거나 잘 넣는 선수는 아니거든요. 3경기 째 교체로 출전하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모아시르 감독님 밑에서 ‘희생’이라는 덕목을 많이 배웠어요.”
-모아시르 감독이 희생을 강조하나.
“믿음, 희생, 자신감, 한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자주 강조하셔서 마음에 새기게 됐습니다.^^”
-팀 분위기는.
“이기나 지나 항상 같아요. 감독, 코치님께서 항상 프로는 고개 숙이면 안 된다고 하시거든요.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라고 말씀하세요. 오늘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이게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이라는 자세로 다음 경기에 임해야죠.^^”
이진호는?
▲생년월일 : 1984년 9월3일
▲신체조건 : 184cm/ 82kg
▲학력사항 : 학성중-학성고-울산과학대
▲프로경력 : 울산(2003∼2005) 광주상무(2006∼2007) 울산(2008∼2010) 포항(2010) 울산(2011) 대구(2012)
▲대표경력 : 2000년 U-16 청소년 대표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