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北 인권침해 사례집’ 본보 전수 분석
동아일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확보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278명의 전수명단을 30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실태를 확인했다. 인권위는 북한인권침해센터에 1년간 접수된 탈북자 800여 명의 증언을 토대로 요덕 개천 북창 회령 등 정치범수용소 4곳과 증산 전거리 등 교화소(교도소) 2곳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실상을 조사했다.
전체 수감자 가운데 노동당 고위 간부나 군 장교, 대학교수 등 북한 내 고위직이 전체의 23.4%(65명)를 차지했다. 1990년대 말 북한 후계 구도의 중추 역할을 하는 본부당 책임비서로 재직하며 권력의 핵심이었던 문성술이 북창수용소에 수감돼 2000년경 탄광사고로 불구가 된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졌다. 문성술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간첩으로 몰려 숙청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북한 전역을 놀라게 했다. 김정일과 김일성종합대학 동창생인 홍순호 중앙당 군사부 과장은 김정일의 믿음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포함한 일가족 6명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고 윤양권 프랑스 주재 무역참사는 1999년 프랑스에서 한국제 생활용품을 사용하다 간첩으로 몰렸다. 올 2월 북한 체신상(남한의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평가받는 심철호는 체신성 부상(차관급)으로 재직하던 2001년 보위국에 “간첩도 못 잡으면서 왜 자꾸 도청만 하느냐”고 말했다는 이유로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화교와의 밀거래가 적발된 안창남 전 중앙인민위원회 법무부장, 보위부의 정치보복으로 수감된 염정제 평양 모란봉 구역 검찰소장,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김병남 양강도당 조직비서 등도 명단에 올랐다.
당 지도원과 해외 공작원 등 일반직 군인도 46명으로 전체의 16.6%에 달했다. 1호 비행기(김일성 전용기) 비행사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을 추종한 죄로 수감됐다.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다 신분이 노출된 공작원 7명이 임무 실패 책임을 지고 수감된 경우도 있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200명(72%)으로 여성(78명)보다 많았다. 남성 수감자는 ‘북한 체제 비판’(34.5%·69명) ‘간첩행위’(12%·24명) 등의 혐의가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여성은 ‘탈북 시도와 실행’(38.5%·30명)이 문제가 되거나 정치범으로 숙청된 가족과 함께 ‘연좌제’를 적용받은 경우(30.8%·24명)가 많았다. 김태훈 인권위 북한인권특위 위원장은 “북한의 인권침해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반인도범죄로 이 자료를 토대로 통일 후 사법처리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채널A 영상] “북송될 바에야 죽음을…” 탈북자 가족의 절규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