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골프로 건강챙기고 요트도 배우러 가”은퇴세대, 학력-생활수준 높아 복지관 프로그램도 고급문화로영어토론-뮤지컬 연기 도전도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 측이 인근 스크린 골프장과 연계해 운영하는 실내골프 강습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노인복지관들은 관행적 교육에서 벗어나 신세대 노인의 수요에 맞춘 연기자 양성, 팝송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나 씨는 용산노인복지관 골프클럽 회원이다. 월 3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평일 오전 10∼12시에 복지관 맞은편 실내골프장에서 연습을 한다. 수요일마다 전문강사가 레슨도 해 준다. 현재 회원은 25명 정도다. 골프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민환기 씨(72)는 “노인복지관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은퇴하기 전에 골프를 치던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규환 씨(82)는 최고령 회원이다. 정 씨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며 “젊을 때 즐겨하던 운동이지만 은퇴한 후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노인복지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 젊은 세대 문화 함께 향유
경기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에서는 요트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복지관 회원으로 가입한 뒤 신청하면 경기도요트협회의 도움을 받아 서해안에서 요트를 타보거나 직접 요트를 운전할 수도 있다.
외국어를 배우려는 노인도 많다. 영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도 인기다. 영어 고수를 위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방배노인복지관에서는 CNN 방송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로 말하기와 듣기가 가능한 노인들이 최근 뉴스를 듣고 뉴스에 대해 토론을 한다. 강남노인복지관에서는 영어동화구연을 하는 잉글리시 스토리텔러를 양성하고 있다. 매주 한 번 구내 초중학교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 구연을 하는 전문강사가 30명이 있다.
○ 대중문화 생산하는 노인도 늘어
노인세대가 직접 대중문화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뮤지컬 연극 같은 문화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전문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다.
영등포노인복지관에서는 4월부터 매주 1회 모두 60회 동안 뮤지컬을 직접 제작해 공연을 다니는 ‘뮤지컬교실’이 있다. 60, 70대 노인 12명이 전문강사의 도움을 받아 대본을 쓴 뒤 연기 춤 노래 연습을 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봉사활동으로 공연을 하거나 발표회를 연다. 영등포노인복지관 담당자는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노인들은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봉사 등 사회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며 “뮤지컬 제작과 공연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