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朴 前차관 소환
○ 이 회장 통해 기업자금 관리 정황
검찰은 앞서 이동율 EA디자인 사장에게서 “2007년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박 전 차관에게 100만 원권 수표 20장을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이 돈을 이 회장에게 전달하면서 여러 기업에서 받은 수표와 현금 수억 원을 함께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자금세탁 창구나 비자금 ‘저수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수표들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이 돈을 입금해 뒀던 은행 직원 등 관련자 여러 명을 소환해 돈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박 전 차관이 기업들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받은 뭉칫돈이거나 17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사용한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알선수재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7년 4월 이전에 받은 돈은 설령 받은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사건 이후에도 의혹수사 이어질 듯
박 전 차관은 현재 서울 모처에 머물며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장면을 지켜보다 집을 나선 뒤 지방행 고속버스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차관은 현재 휴대전화는 켜져 있지만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변호사와 이번 사건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 사건에 연루됐을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 해명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이 “일본에서 박 전 차관을 접대했다”고 폭로하자 “당시 술값은 지인이 계산했다. SLS그룹 측으로부터 어떤 명목의 접대나 향응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파이시티 측에서 돈을 건네받은 정황과 물증을 검찰이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 수사가 끝나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도 소환조사를 받을 소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최근 한 달째로 접어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른바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CNK 주가 상승을 초래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 작성을 위해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와 협의했다는 의혹도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