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주필
총선 한번 거치며 흠결 보인 文
문재인은 4·11총선에서 대통령후보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지는 못했다. PK(부산·경남)에서 문풍(文風)을 과시하려 했지만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에 막혔다. 문재인은 ‘김용민 외설·저주 막말’이 국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나꼼수를 부산으로 불러들였다. 자신이 나꼼수의 포로가 아니라면 ‘정치적 판단력’에 의문을 남기는 결정이었다. 문재인이 실제로 나꼼수의 정치적 도구라면 더 큰 문제다. 사회가 아무리 경박해졌다 해도 나꼼수의 등에 업혀 대통령 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국민 양식(良識)에 대한 조롱이다. 요즘 문재인은 이해찬과 박지원의 ‘당권 야합’에 한배를 타려다가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담합(談合)을 단합(團合)이라고 강변했다가 혼이 나는 형국이다.
안철수는 정치력 시험에서 고전 중인 문재인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죽을 쑬수록 내 몸값은 뛸 것이라며 미소 지을까.
문재인은 2002년 대선 때 부산선대위원장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대통령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비서실장 등으로 노무현 정치의 ‘도전과 좌절’을 함께했다. 작년부터는 이해찬 등과 야권통합 정치의 앞줄에 서있다. 이런 문재인도 정치판의 이해(利害)와 갈등을 뚫고나가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맨 앞자리에 서는 일은 백배 천배 힘들 것이다.
안철수는 정말 다를까.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정치도) 참 잘할 재능은 가지고 있는데…”라며 “(대선 출마) 발표를 안 해서 그렇지 발표하면 난리가 날 거야”라고 했다. “아들의 성격을 아는데, 절대 경선(競選)은 안 한다”고 배수진도 쳤다. 이에 앞서 아들은 총선 일주일 전 강연에서 “내가 제3당을 창당했으면 (의석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해 12월 창당 안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81세의 아버지는 좀 엉뚱한 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거머리 있는 논에 발 한번 담그지 않고서는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수확이 좋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아들의 모습은 어느덧 오만함을 느끼게 한다. 대청마루에 에어컨 켜놓고 참외 깎아먹으며 ‘농학 개론’을 잘 외운다고 곡식이 익는 것은 아니다.
安, 이제 맺고 끊을 시간이다
문재인에게 현실정치가 ‘힐링캠프’ 토크쇼와 다르듯이 안철수에게도 정치는 ‘청춘콘서트’나 ‘무릎팍도사’ 얘기판과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국정(國政)의 어려움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보여줬다.
진정 국가지도자를 꿈꾼다면 선거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에게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보여준 뒤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정도(正道)요, 안철수 본인이 강조하는 상식이다. 국정 이해도(理解度)부터 점검받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검증은 건너뛰고 신비주의로 가자’고 마음먹는다면 비겁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결격(缺格)이다.
대선 출마에 대해 안철수는 앞의 강연에서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적 옹립이나 정치권의 추대를 뜻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국민은 ‘안철수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의 도전과 응전을 해본 적이 없으니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적 자질과 능력을 알기 힘들 것이다. 그런 인물에게 국민이 무얼 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50년간 지켜본 아들에 대해 “맺고 끊는 게 말도 못하게 놀랄 정도”라고 자랑했다. 이제 아들이 맺고 끊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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