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하게 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쳐 과감한 세계화 전략을 구사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선두주자인 미국 애플을 따라잡고 ‘폰블릿’(스마트폰+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과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 모두 활용됐다. 퍼스트 펭귄이라야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퍼스트 무버는 잘하면 1등이지만 패스트 팔로어는 잘해도 2등이다.
▷아이디어만으로 퍼스트 무버가 될 수는 없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그제 대한상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데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문화코드를 맞추기 어려운 비(非)선도국가여서 퍼스트 무버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 8억5000만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큰 시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얻어 빠르게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등 비슷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비즈니스모델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