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미국 스탠더드오일의 솔표석유 광고(황성신문 1903년 10월 28일)를 보자. 이 회사는 1897년 12월 인천 월미도에 석유저장소를 만든 다음 ‘솔표’라는 브랜드로 석유를 판매했는데 곧 우리나라 석유시장을 독점했다. 이 광고에서는 솔표석유(松票油)와 다른 상표의 석유(他票油)를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비교했다. 광고에 등잔 두 개를 그려 넣었다. 다른 상표를 쓴 왼쪽 등잔에서는 그을음이 많이 나지만 솔표석유를 쓴 등잔은 그을음 없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공격적 비교광고를 했던 셈. 여기에서 비교광고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광고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른 브랜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타표유(他票油)’라는 한마디로 모든 브랜드들을 싸잡아 깎아내린다. 보디카피의 첫줄에서는 “화광(火光·불빛)이 선명(鮮明)하고 유연(油烟·그을음)이 부다(不多·많지 않은)한 거시 상품(上品)이라”며, 불빛이 선명하고 그을음이 나지 않는다는 석유의 장점을 명쾌히 제시했다. 이런 카피 메시지에 눌려 우리네 재래의 기름은 서서히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