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이자스민 당선자에 대한 공격이 가혹할 정도다. 이참 씨가 사장에 임명된 2009년 당시는 물론이고 사장 재직 4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거나 최소한 중도적이다. 그런데 이자스민 당선자에겐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귀화 한국인으로 첫 국회의원이 된 데 따른 통과의례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불러온 비겁한 이중성이 원인이다. 이참 사장처럼 선진국 출신이며 백인이고 남성이라면 과연 뭇매를 가했을까? 이자스민 당선자가 가혹할 정도로 공격을 당한 배경은 가난한 필리핀 출신인 점과 검은 피부색,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이고,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왔다고 둘러댄다.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하면 ‘깜×이’(정말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라고 놀리며 손가락질을 하지만, 미국에서 왔다고 하면 ‘영어를 배울 수 없느냐?’고 물어온다는 것이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의식도 초강대국 미국인 앞에서는 위력을 잃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이다.
프랑스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프랑스 청년 다섯 명이 찾아왔다. 그 청년들에게 “한국에서 외국인이기에 받은 차별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학원업주와는 갈등 관계였지만 일반 한국인들에게선 과분한 우대를 받았다고 했다. 백인이기에, 선진국 프랑스 사람이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을 했다.
한번은 러시아 여성이 임금체불 문제로 찾아와 상담을 청했다. 자신은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가르쳤는지 물었다. 자신은 영어를 조금밖에 못한다고 했지만 유치원 원장이 “당신은 백인이고 금발머리를 가졌으니 배워 가면서 가르쳐도 된다”며 채용을 했다고 한다.
현재 함께 근무하고 있는 스리랑카 직원의 말은 폐부를 찌른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우리가 좌석에 앉으면 옆자리 승객들이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지요.” 한번은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고 한다. “엄마, 이 아저씨 왜 새까매?” “목욕을 안 해서 그런 거야.” 이 친구는 얼굴이 빨개져서 옆 칸으로 피해 버렸다고 한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