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시티 인허가 수사… 이동율 “姜에게 수천만원 줬다” 진술
○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근도 겨냥
강 전 실장의 이름이 이번 수사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25일.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영준이 형(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진술이 박 전 차관의 파이시티 인허가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라고 보고 급히 중국에 있던 강 전 실장을 소환했다. 그는 30일 귀국해 곧바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강 전 실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좌관으로 일하다 함께 서울시로 옮긴 최측근 인사다. 2006년부터 서울시 홍보기획관을 지내다 2010년 정무조정실장을 맡아 정치적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강 전 실장을 비롯한 ‘오세훈 사단’의 정무·실무라인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 흔들리는 철옹성
박 전 차관이 여러 기업에서 수억 원의 돈을 직접 받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을 통해 관리해 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저수지’ 수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왕(王) 차관’으로 불리며 현 정부 최고 실세로 꼽혔던 박 전 차관은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으로 통했다.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을 잘했다”거나 “언젠가는 꼬리가 밟히게 될 것”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함께 나왔다.
그러나 이번 수사로 박 전 차관의 오랜 지인인 이 회장의 관련 계좌가 발견되면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이 사장에게서 받은 100만 원권 수표 20장과 함께 여러 기업에서 발행된 수표 뭉치와 현금을 이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이거나 자금세탁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