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4·11총선 비례대표 경선 때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해온 통진당의 경선진상조사위원회는 어제 “비례대표 경선은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현장 투표에서 조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자체 조사에서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정희 공동대표 측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이어 비례대표 부정으로 통진당은 지난해 12월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투표 때 동일한 인터넷주소(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행위가 이뤄진 사례가 드러났다. 온라인 투표가 실시되는 동안 시스템 수정은 엄격히 금지됐는데도 여러 차례 시스템 수정이 이뤄졌다. 투표 도중에 투표함을 연 것과 같은 행위다. 현장 투표에서도 마감시간 이후 투표를 하거나 당원이 아닌 사람도 투표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온갖 부정선거가 벌어진 것이다. 이러고도 통진당이 총선 때 비례대표 경선을 ‘민주선거’로 치켜세운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통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13석을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야권 연대를 맺은 민주통합당이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통진당의 경선 부정을 군소정당의 당내 문제로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어제 통진당은 조사 결과만 내놓았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통진당 당권파는 조사 결과에 대해 오히려 “사실 규명이 안 된 의혹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례대표 1∼3번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당내의 요구도 거부했다. 통진당 측은 당내 조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정확한 진상을 가려야 한다.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좌파 진영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