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덮쳐 원샷 원킬10경기 20골 득점 1위… 팀순위 2위 순풍
방울뱀 축구란 말은 제주를 지휘하는 박경훈 감독(사진)이 직접 만들었다. 강한 미드필더진으로 중원을 장악한 뒤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다 기회가 생기면 전광석화 같은 킬 패스로 골문을 노리겠다는 전술이다. 먹잇감에 소리 없이 접근한 방울뱀이 빈틈을 노려 순식간에 덮치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박 감독은 “방울뱀 축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볼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 점유율 높은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압박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원샷 원킬’이 내가 구상하는 방울뱀 축구”라고 말했다. 개막 전에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제주는 박 감독의 구상을 그라운드에 그대로 펼쳐 보이면서 수원에 이어 팀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제주의 평균 점유율은 53.12%로 서울(53.14%)에 이어 2위다. 유효 슈팅을 골로 연결하는 골 결정력에서도 31%로 상주(39%)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박 감독이 그린 방울뱀 축구의 밑그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아직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준우승했던 2010년보다 전력이 나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점유율도 득점력도 더 높여야 한다. 앞으로 더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화끈한 공격축구 덕에 홈 관중도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뻥튀기 관중 집계를 없애고 실제 입장 관중만 세기로 했는데도 제주는 평균 관중 56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69명보다 88.7% 증가했다. 작년에 비해 관중이 늘어난 구단은 대구(36.8% 증가)와 제주뿐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