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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빌 켈러]‘그날 이후’ 北을 어떻게 할 건가

입력 | 2012-05-04 03:00:00


빌 켈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북한에 대해 모두가 아는 단 한 가지 사실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곳이 비참하고, 전체주의적이며, 핵 개발을 하고, 기괴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말이다. 북한은 은둔의 왕국이고,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과도 같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한 수천 명의 탈북자 덕분에 우리는 그 나라의 암울한 현실을 좀 더 알게 됐다. 우리는 북한 정부가 무시무시한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 권력이 어디에서 흔들릴 수 있는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 북한 연구자들은 견고하던 이 괴물국가의 붕괴가 임박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근 블레인 하든의 ‘14호 수용소 탈출’을 읽었다. 이 책은 20만 명 이상이 갇힌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정치범 수용소는 자유의지를 꺾기 위해 만든 거대한 구금 장소 중 하나다.

하든이 쓴 신동혁의 이야기는 ‘평양의 수족관’ 같은 다른 탈북자의 책과는 다르다.

이 책은 북한 정권이 어떤 방법으로 히틀러 스탈린 등 짐승 같은 정권들보다 더 오래 버텨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방법은 강요된 고립, 쇠약하게 만드는 공포,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굶주림, 그리고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 씨는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전기담장 바깥세상을 모른 채 성장했다. 신 씨는 10대 시절 여섯 살배기 소녀가 옥수수 낟알 5개를 숨겼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맞아 죽는 것을 목격했다. 또 어머니와 형이 자신의 신고로 공개처형당하는 장면을 양심의 가책 없이 지켜보기도 했다.

최근 다수의 전문가는 북한 정권이 취약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분명한 이유는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자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새 지도자에게 있다. 장거리로켓 발사로 자신의 남자다움을 입증하려 했지만 무기력한 실패로 끝났다. 보다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바닥에서부터 쇠퇴하고 정당성이 부족한 체제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상거래가 중앙 통제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며 “시장이 북한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 주민들은 국경 무역을 통해 외부 세계의 소식을 알게 됐다. 하지만 북한에서 ‘아랍의 봄’과 같은 민중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라. 북한에는 트위터로 무장한 젊은이나 무슬림형제단 같은 조직도 없다. 한 한국인은 내게 “하루 800Cal로 연명하는 북한 사람들은 정권에 맞설 에너지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북한 붕괴 시나리오는 군사쿠데타나 이웃 국가와의 군사적 충돌 과정에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그날 이후’엔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북한 정권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끝은 우리가 아랍의 봄에서 목도한 것보다 더 엉망일 것이다. 왜 우리(미국)는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앉아 북한의 핵물질이 러시아 마피아나 중국 삼합회에 판매되는 것을 막을 계획을 세우지 않는가. 공황상태에 빠진 일부 북한 장군들이 서울을 잿더미로 만드는 것을 막지 않는가. 러시아나 중국이 혼란에 빠진 북한에 군대를 보내는 걸 단념하도록 만들지 않는가.

그런 뒤에 어떻게 한국의 파산을 피하면서 남북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우리와 북한의 이웃이 다급히 던져야 할 질문들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그날 이후’는 2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빌 켈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