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면서 국민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검찰은 어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로부터 7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 수감됐다. 박 전 차관과 최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검찰에 소환되지는 않았지만 구속된 보좌관의 뇌물 비리 때문에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과 이 의원의 신경전이 어떤 결말을 지을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기관 선진화’를 비웃듯이 뭉칫돈을 챙겼다. 그중에서도 원자력발전소를 거느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납품 비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더라도 원전은 부품 하나만 잘못 작동돼도 국가적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돈을 먹을 데가 따로 있지, 어떻게 원전 부품을 납품 받으면서 줄줄이 뒷돈을 챙겼단 말인가.
검찰은 한수원 비리에 김종신 사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김 사장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임명됐지만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 실세의 도움으로 5년 가까이 장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수원을 감독하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가. 감사원도 손을 놓고 있었단 말인가. 공기업 사장을 선거 공신이나 연줄로 앉히다 보니 부패가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정보와 사정 기능을 두고 있으면서도 공공 부문의 기둥이 썩는 줄을 그리도 몰랐단 말인가. 국민은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낀다.
이 대통령은 정권 부패를 스스로 다 쓸어내야 한다. 집권 기간에 생긴 부패를 스스로 단죄함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