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사에서 ‘절규’만큼 유명하고 논란 많은 그림도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텍사스대 연구진은 그림 속 남자를 절규하게 만든 ‘자연의 날카로운 절규’가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 화산 폭발이라고 발표했다. 근대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1883년 화산 폭발 때 발생한 화산재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붉은 노을이 나타났다. 그림에서 빨갛게 칠해진 하늘이 그것이다.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절규하고 있는 인물은 가족의 잇따른 죽음과 여자에 대한 애증으로 고통받았던 뭉크의 자화상이란 견해가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뭉크가 앓았던 신경쇠약 등 정신질환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절규’는 유독 도난과 악연이 깊다. 1994년 2월 12일 괴한이 오슬로의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창문을 깨고 들어가 ‘절규’ 원본을 훔쳐 달아났다. 3개월 뒤 구매자를 가장한 경찰의 함정수사로 범인이 잡히고 작품은 돌아왔다. 2004년엔 복면 무장 강도가 오슬로 뭉크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또 다른 버전의 ‘절규’와 뭉크의 다른 그림 ‘마돈나’를 떼어 승용차에 싣고 유유히 사라지는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두 그림은 회수 과정이 분명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박물관에 돌아왔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