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과 관련해 “9일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통합당은 4일 당 차원의 원론적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박용진 공동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조 전 청장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자기 유리한 얘기만 내놓을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놓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허위 사실과 과대망상으로 사자(死者)를 욕되게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그룹은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당선자는 “조 전 청장의 주장에 일일이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노무현재단에서 대응한 것으로 갈음하자”고 답변을 피했다. 이런 반응에는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무엇을 주장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한편 조 전 청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사범대부속고를 찾아 학교폭력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조 전 청장은 “조폭이 멋있어 보여도 실은 휴대전화 요금도 제대로 못 낸다” “학교폭력을 발견하면 망설이지 말고 117로 신고해라” 등의 말만 했을 뿐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