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정수일 역주/332쪽·1만8000원·문학동네
14세기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오도릭은 기독교 전파를 위해 12년간 동방을 여행하고 임종 직전 병상에서 ‘동방기행’을 구술했다. 그의 여정은 이란 등 서아시아,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티베트 등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이른다. 아쉽게도 고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원본이 구술된 것이라 노정상의 혼동과 오류가 상당수 발견되는데 정 소장은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오류를 수정하고 해설과 주석을 곁들였다. 라틴어 원본은 소실돼 정 소장은 영역본을 번역했다.
그는 “혜초는 마르코 폴로보다 수백 년 앞서 여행기를 남겼고 여행기 자체의 문학적 문명사적 가치도 뛰어나다”며 “왕오천축국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순이 되어가는 정 소장의 최종 목표는 신생학문인 문명교류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것. “순수학문이란 없으며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등 모든 학문은 문명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계의 문명교류 루트 답사를 진행 중인 그는 지난 6년간 오아시스 육로와 북방 초원로를 통한 실크로드 답사를 마쳤고 이제 남방 해로 답사만 남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