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이옥수 지음/312쪽·1만1000원·비룡소
소설은 강민과 폭식증에 시달리는 이웃집 ‘하마 누나’ 미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강민은 초등학교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수시로 형에게 맞았고, 형은 아버지의 주먹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오빠의 폭행에 고통받았던 미나는 그 충격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강민네는 각자 폭행에 진저리치면서도 갈등 상황이 생기면 또다시 폭력을 반복하기 일쑤다. 미나는 20대가 된 지금에도 오빠의 존재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다.
폭력의 피해자인 강민과 미나는 찡코를 매개로 서로 조금씩 다가선다.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의 상처를 도닥여주기 위해 손을 잡는다. 주먹이 앞섰던 아버지가 비폭력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 뒤 아들에게 머뭇거리며 “사랑… 한다”고 말하고, 반목하던 강민과 형이 심리치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면은 상투적이지만 코끝이 찡해진다.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교훈을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