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민주주의/토머스 실리 지음·하임수 옮김/328쪽·2만 원·에코리브르
미국 생물학자인 저자는 꿀벌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 성과에 자신의 연구를 보태 꿀벌이 새 보금자리를 정하는 분봉(分蜂) 과정에서 어떻게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분석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저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다. 실험 내용을 기록한 도표와 사진 등이 풍부하게 실려 꿀벌 연구자의 실험노트를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새로 이사 갈 집터를 찾을 때는 일벌 수백 마리가 정찰대가 되어 기존 벌집 주변의 70km² 이내를 샅샅이 뒤진다. 이렇게 집터 후보지를 10여 개 찾아낸 뒤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엉덩이춤과 반원 돌기가 결합된 꿀벌 특유의 ‘8자 춤’을 열렬히 춤으로써 자신이 발견한 집터의 방향과 거리, 그리고 우수성을 알린다. 집터가 좋을수록 춤의 순환횟수는 늘어난다. 지지를 호소하는 일종의 ‘유세’다. 지지자들은 집터 후보지를 평가한 뒤 더 많은 지지자들을 끌어온다. 이런 식으로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훌륭한 집터 후보지에 대한 지지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열등한 장소에 대한 지지자는 결국 사라진다.
저자는 “비록 벌 한 마리는 한정된 정보와 제한적 지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여 이룬 집단은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꿀벌의 ‘집단지능’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지도자 없이 이 모든 일을 해낸다는 게 놀랍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인간 집단에서 지도자의 군림은 집단적 힘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지도자는 토론 과정을 이끄는 데 주력하되 자신이 원하는 해결책을 옹호하지 말고 구성원들의 새로운 생각에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어진다.
개미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쓴 서평이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한다. “꿀벌이나 인간이나 집단이 가장 똑똑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