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남 옮김/272쪽·2만2000원·김영사
누구나 세상을 살며 품을 만한 질문을 토대로 12개의 장을 구성했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마법이란 무엇인가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을까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왜 밤과 낮이, 겨울과 여름이 있을까 △태양이란 무엇일까 △무지개란 무엇일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지진이란 무엇일까 △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 △기적이란 무엇일까 등이다.
각 장의 질문으로 설명하려는 지식의 층위가 다른 점이 거슬린다. 최초의 인간을 다루는 진화와, 무지개나 지진의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는 장을 왜 같은 비중으로 다뤘을까. 저자는 신화와 신, 초자연적인 것이 얼마나 사실과 먼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해 무지개나 지진과 같은 신화적 설명이 많은 소재를 애써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장에서 신화적인 답변을 먼저 소개하고 과학적인 설명으로 이를 타파하는 방식을 따랐다.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원자의 모양을 설명하면서 핵을 축구공 크기로 가정할 경우 바로 이웃한 축구공 사이의 거리는 15km가량 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이 ‘축구공 모형’에서 전자는 모기보다 작다. 그렇게 원자에 빈 공간이 많은데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할까. 그건 원자와 전자를 떨어뜨려 놓기도 하고 묶어 놓기도 하는 ‘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빛이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밤하늘 페가수스자리에 위치한 ‘스테판의 다섯 은하’에 외계인이 살고 있어 망원경으로 지구를 보게 된다면 2억8000만 년 전 지구에 살고 있던 초기 공룡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재미있다.
입문서라 대략의 흐름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는 쉽지만 엄밀하지 못한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 인류 최초의 인간을 찾는 사고실험에서는 기간별 한 세대의 기준으로 삼은 연수가 2∼25년으로 각기 달라 혼란을 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