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까지 대기업 부장, 올해는 구직자 4인에 들어보니
지난해까지 대기업 부장이었지만 현재 구직자가 된 네 사람은 때로 목소리가 격해졌다. 다니던 회사나 한국 사회에 대해 서운한 기색도 다 감추지는 못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중견센터)에서 ‘제1기 중견전문인력 재도약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만났다.
○ “공고 내용과 실제 연봉 다른 곳 많아”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왔다. 전경련 중견센터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주요 대기업의 부장급 퇴직자 20명에게 재취업 전략수립 강의와 중소기업 탐방, 취업박람회 참가, 맞춤형 컨설팅과 같은 활동을 제공했다.
4대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하던 A 씨(49)는 이미 중견기업 몇 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낙방했다. A 씨는 “면접장에서 ‘다 좋은데 나이가 안 맞는다’든가 ‘스펙(조건)이 과하게 좋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기업의 영업부장이던 B 씨(47)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B 씨는 “영업본부장 자리라고 해서 원서를 냈는데, 채용 직전에 ‘중소기업은 일당백’이라며 영업 총무 인사를 다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신흥시장 근무 자원했어야 했는데…”
이들은 모두 “아직 얼마든지 일할 수 있고 경험과 실력도 충분한데 왜 ‘재취업은 무조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들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기업 건설사에 근무했던 C 씨(63)는 “내가 전혀 모르는 업종에서 생산직으로 일한다면 당연히 연봉을 낮춰야겠지만 하던 일 하는데도 채용 기업들이 턱없이 급여를 깎으려 한다”고 말했다. 30대 대기업 인사부장이었던 D 씨(48)는 “직전 연봉의 90∼95%가 ‘공정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중견 인력이 직전 연봉의 90% 정도를 받으며 재취업에 성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1년이 되기 전에 낮아진 몸값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5년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했다. A 씨는 “동남아나 몽골 같은 신흥시장 근무를 자원했을 것 같다”며 “그때 도전했다면 지금도 회사에 자리가 있었을 텐데…”라고 후회했다. B 씨는 “‘사내(社內) 정치’에 좀 더 신경쓰겠다”고 답했다.
전경련 중견센터는 다음 달과 9월에도 주요 대기업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당 20명씩을 선발해 2, 3기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중견 구직자로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인터넷(www.fki-rejob.or.kr)이나 전화(02-3771-0366)로 문의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