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회복 속도가 점차 더뎌지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4월 취업자 수는 11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경제가 순조롭게 살아나려면 취업자 수가 매월 20만 명 이상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 미국 고용지표는 이런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스스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고용지표 부진도 문제지만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 정치권은 지난해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정부 재정 건전화를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미국 내에서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많다. 11월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는 증세에 대한 논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의 경제 철학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케인스 경제학파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세금을 더 걷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통화주의자들은 시장이 관료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고 정부 역할 축소를 주장한다. 미국 민주당은 케인스 경제학에 친화적이며 공화당은 통화주의적 입장을 띠고 있어 부유층에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버핏세를 포함한 증세에 대해 민주당은 찬성,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재정 긴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온 고용지표의 부진은 민간 분야의 자생적 회복이 약해진 국가 재정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민간의 회복력이 약하고 재정긴축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까지 긴축으로 돌아설 수는 없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동시 긴축은 생각하기 힘든 조합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