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에서 빌린 돈 600만 원을 벌어서 갚으려고 직업소개소를 찾은 게 임모 씨(24·여)에겐 지옥의 시작이었다. 직업소개소 업자는 임 씨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며 1월 성매매 업소에 취업시켰다. 급한 돈 600만 원은 일단 해결해줄 테니 몸을 팔아 갚으라는 것이었다. 임 씨는 6일간 성매매를 하다 탈출해 집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성매매업주 손모 씨는 3월 임 씨 집으로 찾아와 성매매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임 씨는 당초 받은 돈의 4배가 넘는 2450만 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써야 했다. 경찰은 손 씨와 직업소개소 업자를 불법채권추심 혐의로 2일 구속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택시운전사가 3월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원주의 한 폭력조직 전 행동대원인 김모 씨(37)는 아들 결혼자금이 필요했던 곽모 씨(65)에게 800만 원을 빌려주고 연리 400%의 원금과 이자를 요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곽 씨가 돈을 갚지 않자 수시로 찾아가 폭행했고 다른 택시운전사에겐 연리 927%의 사채까지 쓰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는 대부업법에 따라 최대 39%까지만 물릴 수 있다.
경찰이 지난달 18일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에 나선 지 보름 만에 전국에서 1028명을 검거해 45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검거인원 436명보다 2.3배가량 많은 수치다. 단속 결과 고리사채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 사금융 범죄가 84%(867명)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무등록 대부업(51%·442명)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이자율제한 위반(29%·253명) 불법채권추심(20%·172명) 순이었다. 경마장 이용객들에게 582차례에 걸쳐 2억4000만 원을 빌려주고 최대 연4560%의 이자를 받은 대부업자 4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불법사금융 단속을 위해 지방경찰청에 전담수사팀 16개를 지정하고 사금융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찰서에 105개의 전담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