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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를 들고]김치 다량 섭취는 언제나 좋은가… 나트륨 많아 심장병엔 꼭 조절을

입력 | 2012-05-07 03:00:00


강석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치는 몸에 좋다는데 많이 먹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식사 때 김치나 국을 많이 드시지 말라는 충고에 많은 환자들이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건강식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김치다. 그런데 김치도 심장병 환자들에겐 맞지 않다. 바로 나트륨 때문이다.

얼마 전 숨이 찬 증상이 점점 심해진 78세 할머니가 심장내과에 오셨다. 고혈압성 심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10년 전부터 약물 치료를 받아오신 분이다. 심장이 예전에 비해 커져 있었고, 양쪽 늑막에 물이 차고 폐에도 약간의 물이 차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최고 혈압도 160mmHg으로 높았고, 체중 증가와 함께 다리가 붓는 증세가 나타났다. 처방 받은 약도 잘 복용하셨는데, 왜 심부전 증상이 악화됐을까. 할머니를 모시고온 며느리에게 할머니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 봤다. 최근에 할머니가 “모든 음식이 너무 싱겁다”며 국이나 탕을 드실 때 소금을 잔뜩 넣었다고 했다.

진료실에선 심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콩팥이 나쁜 환자들에게 음식을 싱겁게 먹도록 권장한다. 과도한 양의 소금을 섭취하면 고혈압, 심부전, 뇌중풍 등의 심혈관 질환이 늘고, 심부전 환자들은 다리가 붓는 말초부종,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소금은 수분을 혈액 내로 끌어들여 심장 기능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정상인의 하루 염분 섭취량은 6000mg 미만으로 티스푼으로 하나 반 정도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양(1만5000∼2만 mg)을 섭취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심부전 환자에게 권장하는 염분 섭취량은 정상인의 3분의 1로, 하루에 2000 mg 미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염분 섭취의 주 요인으로 김치류(25%), 장류(22%), 소금(20%) 순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의 식단에서 소금을 줄여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 효과를 볼 것이다.

이런 취지로 올해 3월에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가 출범해 올바른 식습관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금을 지나치게 적게 섭취하면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또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무기력, 두통 등의 증상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심장 질환 환자에게 알맞은 염분 섭취 정도는 정확한 심장 질환 상태와 영양 상태를 평가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 주치의 및 임상 영양사와 상담을 거쳐야 할 것이다.

강석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