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일요일. 가족적인 봄 햇살. 5월의 신부들과 ‘너의 노래’. 트랙 #7 Elton John 'Your Song'
엘턴 존.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청첩장을 ‘신청곡 틀어달라고 애청자가 보낸 엽서’쯤으로 생각해 보기로 할까. 하긴 가끔 실제로 청첩장과 함께 신청곡이 들어올 때가 있다. 8년 전이었나.
과 두 학번 선배인 J 형은 그때 나와 내 친구 Y에게 맥주잔을 건네며 말했다. “내 결혼식에서 이 노랠 불러줘.” 엘턴 존의 ‘유어 송’이었다. ‘청탁’ 전까지 난 이 노랠 잘 몰랐다. 통기타대백과사전의 바랜 페이지에서 스친 옛날 노래 정도.
‘간단한 노래’라는 엘턴 존의 가사와 달리 반주를 통기타 한 대로 다시 편곡한다는 건 간단치 않았다. 콘트라베이스와 나일론 기타부터 하프를 포함한 관현악 등이 조금씩 가세되며 결국 꽉 들어차는 편곡은 그 밀도로 엘턴 존의 소박한 보컬과 가사를 압도하지 않았다.
역량 부족 탓에 정말 ‘간단’해져 버린 내 반주를 덮어준 Y의 ‘눈 감고 들으면 천국’형 보컬 덕에 축가는 꽤 성공적이었다.
‘유어 송’을 다시 들은 건 그로부터 몇 달 뒤 미국 여행에서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불야성 한가운데, 벨라지오 호텔 앞 음악분수에서 난데없이 흘러나온 그 노래에 내 눈은 다시 흐려졌다.
프랭크 시내트라는 비틀스의 ‘섬싱’을 가리켜 ‘사랑한다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 최고의 사랑노래’라고 했다. 내가 시내트라라면 ‘섬싱’은 ‘유어 송’이다. ‘사랑한다’ 대신 이런 가사가 들어 있긴 하지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