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판매까지 아웃소싱… 아이디어만 있으면 글로벌무역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숍레이틀리는 패션디자이너를 위해 제품 사진 촬영부터 쇼핑몰 운영, 온라인 결제 등을 대행해 준다. 샘플만 보내면 모든 일은 숍레이틀리가 진행한다. 로스앤젤레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설거지를 마친 컵을 바로 쌓아놓으면 속이 마르지 않는다. 더운물로 설거지를 한 뒤 컵을 쌓아놓기라도 하면 컵을 빼는 것도 큰일이다. ‘토템’은 표면에 동그란 돌기를 만들어 붙인 컵이라 공기가 통해 안이 잘 마르고, 쉽게 빠진다. 이 제품은 타깃과 베드배스&비욘드 같은 미국 대형마트와 주방용품점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팔리고 있다.
○ 개인의 공장이 생기다
피봇파워 멀티탭의 아이디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의 제이크 지엔 씨가 낸 것이다. 토템은 한국인 정승준 문서영 디자이너가 업무 외 시간을 이용해 만들었다. 컴퓨터설계(CAD)를 이용해 디자인만 했을 뿐인데 제품이 나와 세계 각국에서 팔렸다. 인터넷으로 올라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 제작과 가격 책정, 유통망 확보, 상품 제작 및 배송을 대신해 주는 ‘쿼키’(quirky.com)라는 회사 덕분이다.
쿼키는 뉴욕 본사에 최신 3차원(3D) 프린터를 설치해 시제품을 만든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일반 제조업체의 기획회의를 인터넷으로 하는 셈이다. 이렇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적극적인 입소문을 내는 마케터가 된다. 제품이 잘 팔리면 곧장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 투자도 유통도 쉽게 아웃소싱
직원 5명의 페블이라는 작은 미국 회사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온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전화기를 꺼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손목시계를 구상했다. 일종의 ‘스마트워치’였다. 페블은 이 제품의 대량생산을 위해 ‘킥스타터’(kickstarter.com)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쿼키를 이용하면 매출의 70%를 수수료 형태로 줘야하지만 킥스타터는 일종의 소액 투자를 유치해 주기 때문에 매출 전체를 가질 수 있다.
아이폰과 연결되는 스마트워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달 7일 현재 세계 각국 5만8000여 명의 후원자에게서 약 800만 달러를 모았다. 후원자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받아볼 자격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소규모 패션업체는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 못하고,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며, 온라인 결제시스템도 없다. 숍레이틀리는 판매액의 12%를 수수료로 받고 이들 제품 사진을 찍어 온라인 홍보를 해주고 글로벌 판매를 대행해 준다. 이 덕분에 1인 액세서리 디자이너도 세계에 물건을 팔게 됐다. 이 회사는 한국인인 이기하 김광록 황윤상 씨 등이 창업했다.
황 씨는 “개인 수준에서 벌이는 작은 사업은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여겨졌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 기회가 있다”며 “세계의 모든 이가 다른 세계의 모든 이를 상대로 물건을 팔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