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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전과 17범 ‘수갑 엄살’에 속은 경찰

입력 | 2012-05-08 03:00:00

“손목 아프다”에 느슨하게 풀자 절도범, 손 빼내 파출소서 도주




5일 오전 4시경 술 취한 피의자로 붐비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1파출소에 수갑을 찬 박모 씨(42)가 연행돼 들어왔다.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 씨는 여주인의 가방에서 현금 14만 원을 훔치다가 이를 본 여주인의 남편 손에 붙잡혔다. 신고를 받고 박 씨를 데려온 경찰은 박 씨의 오른 손목에 수갑을 채워 파출소 안 의자에 결박했다.

5분이 지나자 박 씨는 “손목이 아프다.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 달라”며 고함을 쳤다. 소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수갑을 느슨하게 풀어줬다. 경찰이 다른 피의자들과 씨름하는 사이 박 씨는 ‘전과 17범 노하우’를 발휘해 손목을 비틀어 수갑에서 손을 뺐다. 파출소에 있던 경찰 5명 중 3명이 다른 피의자를 호송하려고 밖으로 나가고, 2명이 여주인 부부를 조사하러 파출소 내 관리반으로 간 사이 박 씨는 유유히 사라졌다. 피해자가 잡은 도둑을 경찰이 놓친 셈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112신고가 폭증해 파출소 인력이 부족했다”며 “감독행위 소홀과 근무 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파출소 직원들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도주로를 파악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의 관리소홀을 틈타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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