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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올랑드의 동거녀 영부인

입력 | 2012-05-08 03:00:00


지난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미테랑이 타계했다. 정치적으로 남편보다 더 열성적인 활동가였던 그는 귀빈 접견 등의 대통령 부인 역할은 했지만 엘리제궁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 남아 자기 활동을 계속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엘리제궁의 주인이 되기 전 숨겨놓은 애인과의 사이에 딸이 있었다. 미테랑 대통령은 다니엘의 암묵적 동의 아래 애인과 딸을 계속 만났다. 다니엘은 끝까지 부부 생활을 깨지 않았지만 마지막 휴식처로는 남편 옆자리가 아니라 친정 가족들이 안치된 묘지를 선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째인 2007년 10월 세실리아 여사는 남편과 이혼을 선언하고 대통령 부인 자리를 떠났다. 그는 2005년 한 이벤트 기획자와 사랑에 빠져 남편 곁을 떠났다가 대통령에 도전한 사르코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으나 대통령 부인 자리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옛 남자에게 돌아갔다. 홀아비가 된 사르코지에게 야심적인 모델 겸 가수 출신 카를라 브루니가 접근해 대통령 부인 자리를 차지했다. 사르코지는 재임 중 이혼과 재혼을 한 프랑스의 첫 대통령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에겐 부인이 없고 동거녀 발레리 트리르바일레가 있다. 트리르바일레는 주간 ‘파리 마치’ 기자이면서 TV 채널 ‘디렉트 위트(Direct 8)’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부에서는 차갑고 도도한 인상을 가진 그가 상층 부르주아지 출신이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실은 지체부자유자인 부친과 시립스케이트장 요금 수납원인 모친을 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2005년 취재를 위해 올랑드를 만났다가 동거에 들어갔다. 당시 올랑드는 30년 가까이 동거한 세골렌 루아얄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와 별거 상태였다.

▷동거 관계가 흔한 프랑스이지만 대통령의 동거녀는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위치가 정식 아내가 아니어서 독립적인 만큼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리르바일레라는 성을 준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국가의 돈으로 살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 부인은 두 번째 역할”이라고 규정했다. 프랑스 대통령 부인의 모습이 사람마다 변화무쌍하다. 그가 동거녀 영부인이라는 새 조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