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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이우신]따옥 따옥 따오기

입력 | 2012-05-09 03:00:00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동요 ‘따오기’의 가사다. 따오기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작곡가 윤극영 선생이 한정동 선생의 작품에 곡을 붙인 창작동요로 광복 이후에도 널리 애창됐다. 따오기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이지만 일부는 1년 내 서식하던 텃새로, 1945년까지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79년 1월 경기 파주시 문산 비무장지대(DMZ)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지금까지 야생 관찰기록이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오기는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에서만 서식하던 농촌 생태계의 대표적 지표종이다. 논과 하천에서 먹이를 구하고 주위 산림의 소나무 등에 둥지를 짓는 특성상 따오기는 청정한 서식 환경을 나타내는 상징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복원 프로그램을 통해 따오기의 자연 복귀를 추진해 왔다. 중국은 1981년 산시(陝西) 성 양(洋) 현에서 야생 따오기 7마리로 국가 차원의 복원사업을 시작해 1989년 세계 최초로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현재는 자연에 살고 있는 개체를 포함해 1500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다. 일본은 1999년 중국에서 따오기 2마리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462억 원을 복원사업에 투자했으며, 36년 만인 최근 방사개체가 자연부화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따오기는 외부 자극에 민감해 청정이미지로 대표되며, 특성상 천혜의 자연요건을 갖춘 지역을 통한 복원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우포늪은 최적지가 아닐까 싶다. 우포늪은 물새류의 중요한 서식처로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습지다. 230ha(약 70만 평)에 이르는 우포늪은 수생생물과 육지생물이 공존하는 지대로 희귀 야생동식물을 비롯한 많은 생물의 서식처이자 보금자리다. 특히 늪의 배후에 형성된 논과 밭은 따오기와 같이 농경문화와 수생태계를 공존하며 살아가는 야생동물에게 최상의 서식공간을 제공한다.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올해 들어서만 3마리의 따오기가 부화를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2008년도 중국에서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의 번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15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센터의 전문가들은 이 복원사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다. 야생동물의 복원을 위해서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가 필수다. 한 쌍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개체들이 근친교배를 하게 되면 유전적 피해를 볼 우려가 높다. 최근 환경부가 유전자 다양성을 고려한 따오기 복원을 위해 중국에서 따오기 두 마리를 더 들여오기로 했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따오기 복원사업은 유전적 다양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국, 일본과 동일한 분포범위를 가지는 한국에서도 따오기 복원이 성공해 한국과 중국, 일본이 따오기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고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속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오기는 게, 개구리, 미꾸라지, 달팽이, 곤충, 지렁이 등을 먹이로 하며, 먹이자원이 가까운 소나무나 잡목 등에 둥지를 틀고 산다. 따오기가 사라진 것은 과도한 농약 사용과 산업화, 개발로 인한 청정한 서식지의 파괴가 원인이었다. 따오기의 복원은 농촌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함께 고유 생물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머지않아 전해오는 따오기 노래뿐 아니라 따오기의 실제 울음소리를 우리나라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