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적어도 지난해까지 문대성은 순수해 보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교수가 됐고 IOC에 입성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런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신분 상승을 해왔음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좋은 이미지는 흐려졌다. 태권도 담당으로 5년간 그를 보고 느꼈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안타까웠다.
문대성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4월 쿠웨이트에서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유치 홍보대사 자격으로 현정화(대한탁구협회 전무), 최윤희(수영) 등과 함께 인천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곤 경쟁지역인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아시아경기를 유치하는 감동을 함께했다.
문대성은 2008년 1월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보다 IOC 선수위원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거였다. 명분은 있었다. 이건희 IOC 위원(삼성전자 회장) 한 명뿐인 한국으로선 스포츠 외교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문대성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하루 15시간씩 선수촌에 머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 결과 세계 스포츠 스타 29명 가운데 1위로 IOC 선수위원이 됐다. IOC 위원과 같은 국빈 대접을 받으며 스포츠 외교 현장을 누볐다. 지난해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는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작 문대성이 20여 년간 몸담았던 태권도계의 반응은 그리 곱지 않았다. 일부에선 “문대성은 태권도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선후배마저 나 몰라라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때까지도 문대성이 잘나가는 걸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대성은 올해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게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가 났다. 태권도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던 그 스스로가 비리의 장본인이 된 것이다. IOC 위원직마저 위태로워졌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IOC 윤리위원회가 그의 표절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포츠인이 남의 논문을 베껴 교수가 됐다는 건 큰 오점일 수밖에 없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