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평이 잘 맞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 관직 인사가 유력자와의 인맥에 많이 좌우되던 시절 고급 관리가 요즘 누구를 주로 만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마부다. 마부들이 모여 대감님들의 동선(動線)을 이리저리 맞춰보면 누가 뜨고 지는지, 실세가 누구인지 꽤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대감님이 요즘 어떤 기생에게 푹 빠졌는지, 어떤 패거리를 은밀히 만나는지 같은 비밀스러운 움직임도 이들의 눈을 피하기 어렵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혔다. 검찰은 그의 운전기사 최모 씨에게서 “김 회장이 경기 화성의 궁평항에서 어선을 타고 밀항하려 한다”는 진술을 듣고 김 회장을 검거했다. 검찰은 주요 뇌물 사건이 터지면 피의자의 운전기사를 반드시 조사한다. 수표가 아닌 현금 가방으로 받으면 추적이 어렵지만 운전기사가 현장 주변에서 금품 수수와 관련된 상황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는 승용차 뒷좌석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도 다 들을 수 있다. 요즘에는 운전기사가 뒷좌석의 대화나 통화를 듣지 못하도록 방음스크린 장치를 한 고급 외제차도 있다. ‘보안’을 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요 인사를 만날 때 몇 km 전방에서 승용차를 내려 택시로 옮겨 타기도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