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파티스트릿의 버스킹 공연이 시작되자 공터에 관객 30∼40명이 모여들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정해진 관람비도 없다. 버스킹족의 하루 수입은 몇천 원에서 많게는 10여만 원까지 다양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차장 부근. 각각 기타와 건반, 아프리카 북인 ‘젬베’ 등 여러 타악기를 짊어진 3명의 청년이 공터 한쪽에 후다닥 악기를 설치했다. 행인이 많긴 하지만 과연 쉽사리 발걸음을 멈출지 미심쩍다. 염려와 달리 노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플 두세 쌍이 모여들더니 노래 한 곡이 끝날 즈음엔 30∼40명의 관중이 형성됐다.
“관객 모으는 비법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저희만의 노하우라면 저녁에는 가로등 아래가 좋죠. 노래랑 분위기도 어울리고, 집중도 잘되고요.”
요즘은 너도 나도 버스킹을 하려고 ‘길바닥’으로 나오는 뮤지션이 늘고 있다. 실제 이 시간대에 홍익대 주변에는 파티스트릿 외에도 10대부터 30대 정도의 뮤지션까지 10개 가까운 개인 혹은 팀이 버스킹에 열심이었다.
과거에는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팀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이날 홍익대 앞 놀이터에는 타악 그룹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DJ그룹, 힙합 뮤지션 연합팀이 각기 불과 4, 5m 거리를 두고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2000년 초반부터 버스킹을 했다는 한 뮤지션은 “과거에는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노래하는 등 예의를 지켰는데 요즘에는 등을 맞대고 자기 노래 부르기에 급급한 모습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염려 속에도 버스킹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과거에는 방송국 PD 혹은 공연장 주인의 평가를 거쳐야만 대중 앞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길에서 직접 관객과 만나고 손수제작물(UCC) 등을 통해 노래를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최근에는 일부 기성가수가 거리 공연에 나서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얻고 있어 버스킹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