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 스포츠동아DB
귀화추진부터 대한체육회 거부까지
최강희감독, 조 추첨 후 협회에 요청
라돈치치, J리그 임대 걸림돌로 작용
에닝요, 한국어 능력 등 요건 충족 못해
재심 해도 체육회 입장 변화 없을 듯
대한체육회는 대한축구협회가 요청한 브라질 국적 에닝요(31·전북 현대)에 대한 특별귀화 추천 신청을 부결했다. 체육회는 9일 오후 축구협회에 ‘에닝요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한 외국인으로 이중 국적을 취득할 경우 혼란이 따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전례도 없어 무리하게 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법제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에닝요의 특별 귀화 추진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에닝요의 특별귀화가 추진된 시점은 2월29일 쿠웨이트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6차전(2-0 승)이 끝난 직후였다. 조광래 전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받은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조 추첨이 끝난 뒤 대표팀의 전력 극대화를 위해 에닝요와 라돈치치(29·수원 삼성)의 귀화를 추진해줄 것을 축구협회에 요청했다.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9일 파주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최강희) 감독님께서 두 선수에 대한 귀화 요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주 ‘에닝요와 라돈치치가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해 꼭 필요하니 복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뜻을 체육회에 정식으로 전달했다.
체육회는 두 선수에 대해 ▲K리그 소속 클럽과의 합의 여부 ▲과거 귀화 신청 여부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이어 법제 상벌위원회 복수국적 취득 소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7일 오후 법제 상벌위원회를 열어 두 선수와 면접을 했다. 여기서 추천 대상으로 결정된 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인정받은 라돈치치였다. 하지만 라돈치치는 2007년 7월 일본 J리그 반포레 고후에 5개월 임대된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먼저 발을 뺀 쪽은 축구협회였다. 체육회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최종준 사무총장에게 유선으로 라돈치치 귀화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전했다.
○에닝요 특별귀화 추천 부결 배경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한시적으로 사령탑 직책을 수행한다는 의지를 표명해온 것도 에닝요의 추천이 부결된 요인 중 하나다. 에닝요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 브라질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도 에닝요가 본선 엔트리에 포함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 2010년 5월4일 복수국적제도 시행 이후 스포츠 분야에서 체육회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승인을 받은 4명의 체육인들 중 순수 외국인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체육회 최총장은 “현재로선 체육회가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축구협회가 재심 요청을 하면 같은 과정을 밟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한 체육회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