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가 오사마 빈라덴 사망 1년을 맞아 예멘발 미국행 항공기에서 ‘속옷 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던 알카에다 예멘지부 조직원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구가 알카에다에 잠입시킨 이중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본보 9일자 A22면 ‘팬티 속 폭탄’ 항공기 테러 기도… CIA, 알카에다 소속…
이에 따라 이번 테러 음모의 적발은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인적정보)를 통한 정보전쟁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스파이는 그동안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예멘지부를 척결하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CIA와 긴밀하게 협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이 스파이의 활동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속옷 폭탄 적발과 관련해 직접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6일 CIA가 2000년 미 해군 구축함 콜 폭파사건을 비롯한 각종 테러 혐의로 전 세계에 수배령을 내렸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예멘지부 최고지도자인 파흐드 무함마드 아흐메드 알 쿠소를 드론(무인폭격기)으로 사살한 것도 이 스파이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한편 속옷 폭탄에 대해 정밀수사를 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2009년 성탄절 때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시도됐으나 실패한 속옷 폭탄과는 달리 1차 폭발이 실패하더라도 2차 폭발이 가능한 이중 폭파장치를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는 재질이어서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정보 당국자는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알카에다의 속옷 테러 음모를 최초로 보도한 AP통신에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킹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뉴욕 주)은 “이런 테러 음모가 기사로 나갈 경우 앞으로 미국이 외국 정보기관과 협조하기가 아주 어려워지게 된다고 정보당국자들이 토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