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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형삼]청렴도 측정법

입력 | 2012-05-10 03:00:00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83개 국가 중 43위로 전년보다 4계단 떨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제평가기관들이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인식 조사에서 순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이 대형 부패사건을 집중 보도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강희락 전 경찰청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은진수 전 감사위원,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난 것도 영향을 줬다.

▷국가청렴도의 척도인 CPI는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등의 기업인 및 애널리스트 대상 설문조사 결과로 산출한다. 뇌물을 받는 쪽의 부패(공공 부패)에 초점을 맞춘다. CPI를 보완하는 뇌물공여지수(BPI)는 중역 이상 기업인을 대상으로 뇌물을 주는 쪽의 부패(민간 부패)를 측정한 값이다. 한국의 지난해 BPI는 조사 대상 28개 국가 중 13위였다. 세계부패 바로미터(GCB)도 참고지표다. 일반인이 각 분야에서 경험한 부패의 정도를 반영한다. 한국은 2010년 GCB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뇌물 제공 경험 6% 미만)에 들었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정부의 반(反)부패 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83개 국가 중 43위면 상위권 아니냐고 자위(自慰)할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10점 만점에 7점대라야 ‘보편적으로 청렴한 사회’에 해당하는데 한국은 10년째 5점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부 들어 국가청렴위가 국민고충처리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와 함께 국민권익위로 통합됐다. CPI 9.3으로 국가청렴도 1위인 뉴질랜드에선 불법 정치자금과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반부패 독립기관 SFO가 영장도 없이 비리 혐의자와 제3자를 조사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측정’ 제도가 올해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게 됐다. 684개 기관의 민원인과 공직자 22만 명을 설문조사해 부패 현황을 진단하는 제도다. 배점이 높은 ‘시민참여율’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듯하다. 국민권익위는 작년에도 ‘국민 신문고’ 제도로 우수상을 받았다. 부패 현실은 OECD 최저 수준인데 부패 측정 방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 평가 방법만 좋고 성적은 나쁘다는 이야기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