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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인터뷰]킹메이커의 킹 도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입력 | 2012-05-10 03:00:00

이재오 “MB, 서민에게 희망 주지 못했다”
“친이 학살됐지만 조직은 그대로… 주먹 불끈 쥐고 있다”




이재오 의원이 8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이유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 할 예정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이명박(MB) 정권 창출의 특등 공신, 킹메이커, 2인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별칭이다. 그런 이 의원이 직접 ‘킹’에 도전한다. 왜? 그는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5선 의원은 단순 측근이 아니다”라며 ‘MB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다. “MB가 서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독특한 것 같다” “(실질적인) 정권 2인자였다면 내가 먼저 감옥에 갔을 것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측은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대선 주자들을 둘로 구분한다. 이재오 의원과 다른 주자들로. 그만큼 이 의원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박 위원장의 ‘상극(相剋)’인 이 의원이 10일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공식 링에 오른다. 8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 정치사에서 킹메이커, 또 직전 정권의 2인자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 ‘킹’이 되겠다고 나선 전례를 찾기 어려운데….

“흔치 않다. 하지만 나는 단순한 측근(참모)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같이 정치를 해왔다. 또 정권 탄생까지는 내가 2인자가 맞다. 그러나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2인자에서 멀어졌다. 7·28 재·보선에서 당선되고 특임장관으로 임명되니 돌아온 실세로 비친 것일 뿐이다. 내가 2인자로서 누린 것이 있나, 정권 부패나 비리에 관련된 것이 있나, 인사 비리가 있나. 나는 늘 내 자리를 지켰다. 정권 2인자였다면 내가 먼저 감옥에 갔을 거다.”

―어떤 자리를 지켰다는 건지….

“10여 년간 옥살이를 하면서도 지조를 버리지 않았다. 광복 되던 해에 태어나서 6·25전쟁 겪고, 농촌운동 학생운동 반독재투쟁에 이어 정치하면서 이 나라 굴곡의 현장에서 한 번도 비켜서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꼭 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대선 출마는 정치인의 일생, 삶의 모든 역정을 걸고 하는 거다. 내가 가진 철학과 가치를 모두 내놓고 평가받으려면 대선 출마밖에 길이 없다. 형식적 2인자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것은 가혹하다.”

―언제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했는지…. 혹시 이명박 정권을 만든 뒤 ‘다음 차례는 나다’ 이렇게 생각한 것인가.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다) 이회창 전 총재가 처음 대선에 실패했을 때(1997년) 내가 직접 (출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명박 후보가 대선 청사진을 밝히는데 나보다 준비를 많이 했더라. 2008년 총선 낙선 후 미국 중국 등을 돌면서 모처럼 성찰할 기회를 가졌다. ‘이 정권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게 이뤄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국민 앞에 호소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 [채널A 영상] MB 정부 창업 ‘6인회’ 역사 뒤안길로…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인가.

“음, 대통령 참 열심히 한다. 개인 안위나 개인 권력을 즐기는 거 없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많이 높였다. 그런데 국내 문제에서…. ‘오늘은 못살아도 내일은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구호로 당선됐는데 그게 안 됐다. 희망을 잃은 국민이 됐다. 인사 문제로 지식인들을 실망시키고. 그러나 공과를 내가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이 인기 없고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해서 단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직언을 한 적은 없나.

“여러 절차를 거쳐 내세운 사람이 국민 눈에 합당한 것으로 비치느냐의 문제인데, 인사를 해야 할 때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독특한 것 같다.(웃음)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외국에서 보면 장관 자주 바꾸는 게 좋지 않고….”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과 그에 맞는 이재오 브랜드는 무엇인가.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음 시대를 넘어가는 국가 핵심 어젠다는 부패 청산이다. 권력 부패, 고위공직자 부패, 기업 부패…. 우리 정부도 측근 친인척 비리가 터졌다. 권력과 책임이 집중되는 5년 단임제는 권력형 부패의 틀이다. 권력 분산을 통한 깨끗한 정부, 부패 없는 나라. 이를 위해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개헌 시안을 발표한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골자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시안대로 할 것이다.”

―다른 시대정신은….

“통일이다. 통일을 이야기하면 색깔이 칠해진다. 그래도 통일문제를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

이 의원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내는 등 재야에서 통일운동을 하다 1989년 범민족대회와 관련해 투옥됐다. 이런 전력 탓에 지금까지 통일문제를 제기하는 데 주저했지만 앞으론 통일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 의원은 “여야와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가 새누리당 안에 누가 있느냐. 북한을 설득해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정치권에 몇 명이나 되느냐. 내가 적임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합당한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적임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허허허. 침묵으로 대답하겠다.”

―2004년 박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는데….

“스포츠기자인가가 물어서 ‘유신 이전을 놓고 보면 산업화를 이끌어낸 지도자의 딸로 볼 수 있고 유신 이후는 누가 봐도 인권유린시대니까 그게 초점이면 독재자의 딸로 볼 것 아니냐.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 설명을 빼고 독재자의 딸만 썼다.”

―‘박근혜 대세론’은 이전 대세론과 달리 30% 중반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인다.

“소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다져 왔던 기반이 30%는 존재한다. 아버지가 18년 동안 대통령을 했는데 그 기반을 무시할 수 있나. 그런데 거기에 플러스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표의 확장성이 문제라는 건가.

“지난 총선 때 우리는 투표장에 다 나왔다고 봐야 하는데 득표수로 보면 전체적으로 2% 졌다. 이번 총선의 한계를 딛고 더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 새누리당 구조처럼 당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비판이다. 무슨 근거 없이 1등을 시샘하는 게 아니다.”

―박 위원장이 후보가 되면 지원할 것인가.

“완전국민경선제라는 합당한 룰에 따라 후보가 되면 누구든지 적극 도와야지. 합당한 룰이 아니고 체육관에서 박수 쳐서 후보가 되면 많은 사람이 회의하게 될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당의 분위기는 당의 지도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유리한 룰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자고 하면 ‘절차적 민주주의’에는 부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시대는 ‘내용적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하는 시대다.”

―완전국민경선제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결국 ‘나 홀로 가겠다’고 하면 그때 가서 심각하게 생각하겠다. 정말로 막무가내로 간다면 그 시점에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탈당도 선택지 중 하나인가.

“탈당은 아무나 하나. 탈당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2002년 박 위원장의 탈당을 염두에 둔 얘기).”

―이 의원의 당내 지지세가 거의 없다.

“전부 학살되지 않았느냐. 지금 새누리당 안에는 박파(朴派)밖에 없다. 1인 독재당이다. 민주 공당이라면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견제하고 비판해야 하지 않나. 나도 주류를 해봤다. 주류를 할 때는 누구나 오만한 생각을 가진다. 나도 그때 오만했다. 깊이 반성한다. 현재 당의 운영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친이(친이명박)계들이 대선에 나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대선 때 전국 각 지방에서 열심히 뛴 사람이 많은데 친이계라는 이유로 숨죽여 살아왔는데. 이제 정권도 끝나는데 그 사람들은 허망하다. 꼴찌인 줄 알면서 내 자신의 정치적 가치도 있지만 한 정권을 만들었던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으로서 공과를 안고 가야 할 숙명도 있다.”

―외곽 친이 조직은 살아있나.

“(이 대통령을 당선시킨 지) 5년밖에 안 됐는데 어디 가겠나. 다 살아있다. 다 소외돼서 한숨 푹푹 쉬고 주먹 불끈 쥐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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