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가입한 국산 스마트폰만 파악 가능… KT LG 이용자 - 아이폰 등 해외폰은 안돼“소비자에 ‘사생활보호 vs 구조될 권리’ 선택기회 줘야”
경찰이 112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하도록 하는 위치정보법이 최근 통과됐지만 신고가 들어왔을 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휴대전화 사용자는 5명 중 1명뿐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삼성 LG 등 국산 스마트폰을 쓰는 SK텔레콤 가입자만 GPS 위치추적을 할 수 있고 아이폰 등 외국 스마트폰 사용자나 KT,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추적이 불가능해 GPS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위치추적 방식은 통신사 기지국 기준으로 반경 200m∼수km까지만 알 수 있어 오차가 크지만 GPS를 활용하면 신고자 위치를 20∼50m로 좁힐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GPS 기능이 대부분 들어가 있어 ‘GPS 위치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경찰이 통신사에 신고자 위치 확인을 요청하면 통신사는 신고자 스마트폰에서 보내오는 위치정보를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GPS 정보를 통신사로 보내도록 하는 기능이 내장돼 있어야 한다. 삼성 갤럭시, LG 옵티머스, 팬택 베가 등 국산 스마트폰에는 이 기능이 있지만 애플 아이폰, 림(RIM) 블랙베리폰, 구글 넥서스원 등 외국 스마트폰에는 없다.
현재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 5260만 명 가운데 SK텔레콤 가입자는 2657만 명. 이 중 1046만 명이 국산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 휴대전화 이용자 중 19.8%만 GPS 위치추적이 가능한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GPS 위치확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건 ‘위치추적이 불필요한 기능이고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KT 관계자는 “긴급구조기관에서 GPS 위치조회 요청이 많지만 고객 위치가 제3자에게 노출될 수 있어 시스템까지 갖추고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플 등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고객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GPS 위치추적 기능을 넣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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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긴급 신고자에 대한 GPS 위치조회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2와 119 신고자에 대해서만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통신사가 해당 고객에게 문자로 조회사실을 고지하게 하면 남용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에게 긴급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와 사생활 보호 중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휴대전화 구입 전 어느 기종과 어느 통신사를 골라야 GPS 위치추적이 가능한지 관련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