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月100만원 이상 수령자 중 1092명 첫 실태조사
본보가 국민연금을 매달 100만 원 이상 받는 가입자 1092명을 대상으로 생활 및 연금 사용 방식을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분석했더니 ‘매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56%(608명),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42%(456명)로 대부분 만족했다. 하지만 여가생활이나 자녀를 돕기에는 국민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을 매달 100만 원 이상 받는 가입자는 1만8688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0.6%뿐이다. 은퇴자 중에서는 상위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고액 수령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신복 국민연금공단 급여기획부장은 “최근에는 50대에 직장을 그만둔 뒤 제2의 직장을 갖는 경우도 많은데 66세 이상은 그것마저 그만두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다른 곳에서는 돈이 나오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연금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60대 초반은 자녀 결혼 등으로 돈을 쓸 곳이 많아 같은 액수라도 만족도가 다르게 나온 것으로 공단은 추정했다.
▼ 98%가 “연금, 도움된다” 답했지만 여가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은 7%뿐 ▼
국민연금을 월 100만 원 이상 받는 가입자는 은퇴하기 전에 대부분 고소득자였다. 이들은 개인연금저축을 따로 들었을 가능성도 가장 높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내는 경우는 적었다. 국민연금 중 7%를 여가생활, 2%를 자녀 지원, 1%를 저축에 사용했다. 다시 말해 100만 원 받으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8만 원밖에 안 된다는 소리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상위 0.6%에서도 여유롭게 연금을 쓰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고액 수령자가 이 정도라면 이보다 연금액이 적은 대부분의 가입자는 노후를 불안한 상태에서 보내야 한다. 최영기 경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자식 교육에 다걸기(올인)하느라 나를 위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중년 세대도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