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국계 디자이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필립 림, 레이슨 우, 알렉산더 왕, 데이비드 추. 조엘 킴벡 씨 제공
이 가운데 1984년생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王力宏)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미국 태생의 중국계인 그는 명문 패션스쿨 파슨스를 다니던 2007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전 세계 50여 곳의 유명 백화점과 멀티숍에 입점했다.
제이슨 우(吳季剛)는 대만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뉴욕으로 입성한 케이스다. 역시 파슨스를 거쳐 뉴욕 사교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 ‘나르시소 로드리게스’에서 실력을 쌓은 뒤 2006년 자신의 컬렉션을 론칭했다. 그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 덕에 빠른 시간 내에 인지도를 높였다.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날 공식행사에서 오바마 여사는 제이슨 우가 디자인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나와 우아한 춤을 추며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제이슨 우의 ‘주가’가 수직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또 다른 중국계 디자이너는 필립 림이다. 태국에서 태어난 중국 화교 출신의 그는 뉴욕이 아닌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나왔다. 그것도 패션이 아닌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의 숨겨진 재능은 친구이자 직물상이었던 웬 주와 함께 의기투합해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선보이면서부터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브랜드 설립연도인 2004년, 31세가 된 해를 기념해 브랜드명 앞에 ‘3.1’을 붙였다.
모델의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디자인 작업 중인 중국계 디자이너 데릭 램. 미국 태생이지만 홍콩에서 경력을 쌓은 뒤 뉴욕으로 ‘유턴’했다. 조엘 킴벡 씨 제공
그는 이후에도 여러 패션 기업에 아이디어를 보태는 작업을 했다. 투박했던 여행용 가방 브랜드 ‘투미’는 그의 손을 거쳐 모던한 럭셔리 여행 브랜드로 재탄생됐다. 최근에는 골프웨어 브랜드 ‘잭 니클라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했다.
에스닉한 프린트를 내세우는 안나 수이(蕭志美)나 화려한 색감으로 인기가 높은 비비안 탐(譚燕玉), 뉴욕 상류층 웨딩드레스로 인기가 높은 베라 왕(王薇薇), 고급 구두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지미 추(周仰杰)는 이미 패션계를 쥐락펴락할 파워를 갖춘 중국계 디자이너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