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요리는 단순한 것… 첨가물 식품, 아니 아니 아니되오
1970, 80년대에 최고의 도시락 반찬은 계란 프라이였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계란 프라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후에는 소시지가 최고였다. 그것도 계란 물을 입혀 팬에 익힌 소시지 반찬은 선홍색에 윤기까지 자르르 흘렀다. 소시지와 햄은 조리가 쉽고 보관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 식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소시지와 햄의 역사는 기원전 9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쓰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소시지 이야기가 나온다. 고대 로마의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소시지처럼 맛있는 음식을 일반 서민이 먹는다 해서 이를 금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육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점차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소시지(sausage)는 원래 햄을 만들 때 나오는 부스러기 고기를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살코기를 다져 소금, 조미료, 향신료, 야채 등과 섞은 뒤 돼지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넣어 삶거나 찌거나 건조시키거나 훈연해서 만든다. 크기나 만드는 방법, 지역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 다르다.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볼로냐, 살라미소시지 등이 그렇다. 최근에는 돼지고기와 함께 쇠고기 닭고기 양고기 생선살도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 대형매장에서는 소시지를 고르는 고객이 많지 않다.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다. 소시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첨가물이 유해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 수제소시지는 인기가 높다.
7일 대전지역 한 매장에서 소시지 제품을 구입했다. ‘산도조절제, L-글로타민산나트륨(향미촉진제), 복합스파이스엘201-2, 폴리인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D-소르비톨(감미료)….’ 사용되는 첨가물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식품첨가물이 인체에 유해한지를 놓고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첨가물의 기능을 하나둘씩 뜯어보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첨가물은 식자재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미를 돋우기 위해 ‘강제적’으로 사용되는 게 많다.
첨가물 식품은 ‘NO’
네브래스카주립대 시드니 미르비시 교수진은 2006년 가공육 색깔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아질산나트륨이 고기의 단백질과 반응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윌리엄 레이몽의 ‘식탁의 배신’에서) 식품업계는 이러한 결과에 반박했지만 누구도 업계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소시지나 햄을 가공할 때 먹음직스럽게 하기 위해, 또 변질되지 않고 붉은색이 나도록 하는 데 사용되는 발색제가 바로 아질산나트륨이다. 흔히 ‘독성소금’이라고도 불린다. 적정량을 넘어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 장애와 복통, 설사, 사지마비, 유산, 조산, 기형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6년 중국에서는 아질산나트륨을 식용소금으로 둔갑시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섭취량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종류의 식품을 먹는 소비자들이 적정 섭취량을 계산해가며 식품첨가물의 총량까지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소 식품에 대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식품산업의 부패된 먹이사슬을 해부한 ‘독소’의 저자이자 시사전문기자 윌리엄 레이몽의 충고다.
지난해 ‘세기의 결혼식’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 리셉션 총괄주방장 안톤 모시먼(67)은 “최고의 요리는 단순한 것이며, 단순한 것은 최고의 요리”라고 말했다. 첨가물은 물론이고 양념이 없는 먹을거리가 최고라는 얘기다.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