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지난달 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수억 원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스님들을 촬영한 동영상 캡처 화면. 이들의 도박 현장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설치한 몰래카메라에 포착됐다. 동영상에는 스님들이 밤새워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담겨 있다. 성호 스님 제공
백양사에선 수산 스님 입적 뒤 후임 방장과 주지 인선을 두고 수좌 지선 스님, 현 주지 시몽 스님,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 등이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도박사건에 연루된 스님들은 고발장에 이름이 적시된 A 스님을 포함해 지선 스님과 가까운 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스님은 최근 서울 대규모 사찰 주지를 사퇴했으며, 도박 사건을 고발한 성호 스님은 A 스님을 지난해 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바 있다.
성호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과도 오랜 갈등 관계였다. 총무원은 2009년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괴문서 유포 등의 혐의로 성호 스님을 징계하면서 승려 자격을 제적했다. 이에 반발한 성호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무효 소송 등 총 6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 또는 무혐의 처리됐다.
총무원은 “총무원 간부들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태 수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 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단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인사 문제를 포함한 종단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관련자를 종헌종법에 따라 엄벌할 것을 긴급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통상적인 호법부 조사보다 빨리 진행할 계획이다. 조사를 통해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스님들의 도박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종단 차원의 참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고 스님들의 수행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안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의 한 스님은 “폭력 사태가 일상화됐던 1994, 1998년 사태 때와 비교하면 종단이 개혁됐다고 해도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이 불교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 활동이 불가피한 스님들의 생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엄격한 상벌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선거 뒤 논공행상에 따라 계파별로 안배하는 총무원 보직 스님 인사와 본사 주지 교체 때마다 발생하는 잡음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