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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편견 부추기는 교과서

입력 | 2012-05-11 03:00:00

‘하산의 부모는 불법체류자… 혼혈이라고 놀림받아…’
설규주 교수 17권 분석 “부정적 인식 낙인 우려”




초중고교 사회교과서에 수록된 다문화 관련 내용이 오히려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초중고교 사회과목 교과서 17권에 담긴 다문화 관련 내용을 연구, 분석한 논문 ‘초중고 사회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내용 분석’을 내놓았다. 이 논문은 현재 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2007 개정교육과정 교과서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1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한국다문화교육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된다.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이 교과서에 많이 수록돼 있었다. 예를 들어 초등 교과서엔 ‘하산은 부모가 불법 체류자여서 언제 이 나라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다’는 표현이 있었다. 중1 교과서엔 ‘베트남에서 온 레아남 씨는 식당 종업원이 자신을 외모만 보고 무시해 기분이 나빴다’는 구절 등이 있었다.

설 교수는 “비록 이런 표현들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문화가정에 낙인을 찍는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이어 “학생들이 이주 노동자는 대개 불법체류자라거나, 베트남 사람은 못생겼다거나, 혼혈아는 으레 놀림을 받고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한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중1 교과서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와 같은 설문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설 교수는 “이런 표현을 학습한 아이들이 이주민들을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과서는 현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견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교과서의 사례 하나, 표현 하나가 의도와는 무관하게 학습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교과서는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와 같은 표현들이다. 설 교수는 “문제점을 아예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교육내용을 보다 균형 있게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봉사-운동 많이할수록 외국인 친구 잘 사귀어” ▼
고려대 연구팀, 초중고생 분석

운동과 봉사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외국인 친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사교육을 많이 받거나 게임을 오래하는 학생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고려대 김경근 교수(교육학과)와 황여정 연구교수(교육문제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초중등학생의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울지역 초등학생 4656명, 중학생 4345명, 고등학생 4940명이 ‘다른 나라 사람과도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물음에 응답한 결과를 다문화 수용성의 기준으로 삼았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스스로 운동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외국인 친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졌다.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다문화 수용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중학생 시절부터 학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학생들이 정신적인 여유나 타인에 대한 배려, 사회성 발달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개방적 자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봉사활동 참여 경험과 운동시간이 다문화 수용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등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