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한 남자/알랭 드 보통 지음·우달임 옮김/192쪽·1만1000원·톨◇사랑의 기초-연인들/정이현 지음/212쪽·1만1000원·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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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정이현은 ‘연인들’ 편에서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의 민아와 준호의 연애를 그린다. 소개팅으로 만나, 작은 공통점을 ‘운명’이라고 느끼고, 급격히 빠져들다, 나중에는 시들어버리는 얘기. 보통은 ‘한 남자’ 편에서 영국 런던에 사는 30대 후반의 유부남 벤의 시점에서 결혼 후 시들해진 애정과 섹스 횟수, 직장 생활과 가사노동을 병행하면서 겪는 고충, 그리고 잠시의 외도를 짚어간다.
정이현
두 작가는 ‘결합’에는 실패했지만 각자의 특기는 충실히 살렸다. 통통 튀는 문체로 “큭큭” 웃음 짓게 만들다가도 연애의 날것을 날카롭게 부각하는 정이현의 능력은 여전히 빛난다. ‘다분히 즉흥적으로 책을 빌려올 때의 마음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것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랑이 저물어갈 때의 마음이 그것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전혀 다른 것처럼’과 같은 비유도 여운이 짙다. 보통의 ‘한 남자’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벤의 소소한 일상은 배경이 될 뿐 실제 내용은 결혼, 섹스, 일, 성공 등에 관한 생각을 보통이 직접화법으로 풀어간 것들이다. 보통이 해석한 결혼은 이렇다. ‘하나의 제도였던 결혼이 느낌에 헌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결혼은 외부에 의해 승인되고 정당화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내부에서 우러난 마음상태에 자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되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