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혈땐 이미 말기… 골반초음파 조기발견 도움
환자의 70% 이상은 이미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여서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여성의 자궁 양 옆에 위치한 생식샘인 난소는 몸속 깊숙한 곳에 있어서 대부분 복부 증상만 호소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친다. 질환의 특성상 배 속에 전이가 잘돼 환자 3명 중 2명은 진단 당시 3기 이상의 말기다.
박종섭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장은 “복통이나 질 출혈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으면 말기라고 봐야 한다”면서 “암 덩어리가 크게 자랄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메스꺼운 듯한 증상으로 위장약을 복용하면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난소암의 발생 위험은 출산횟수와 반비례한다. 1명이라도 아이를 출산한 경력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위험도가 30∼40%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이론적으로는 난소의 표면 상피들이 배란의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재생이 되고,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의 돌연변이 현상이 난소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암연구소장인 발리리 베럴 박사가 21개국에서 발표된 연구보고서 25건을 종합분석해 2008년 발표한 결과다.
베럴 박사는 배란을 억제하는 경구 피임약을 5년 이상 사용한 여성에게서 난소암의 발생 위험도가 50% 정도 줄어든다는 점도 밝혀냈다. 피임약을 10년 복용한 여성은 75세 이전에 난소암 발생률이 1000명당 12명에서 8명으로, 난소암 사망률은 1000명당 7명에서 5명으로 각각 줄어든다. 이런 효과는 피임약을 끊은 뒤에도 15년 이상 지속됐다.
난소암은 종양 크기가 아주 커지거나 파열되지 않으면 모르므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많이 시행되는 골반초음파와 혈액을 통한 암 검사법이 도움이 된다. 아직도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1년마다 골반초음파를 받는 것이 좋다.
난소암의 5∼10%는 가족력 혹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난소암은 특성상 유전적 요인이 없는 난소암보다 10년 정도 어린 연령(주로 폐경 전 연령)에서 잘 생긴다. 악성 암이어서 생존율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난소암 혹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가계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난소암은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1 유전자와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생긴다.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여성의 28∼44%에서 난소암이 발생한다. 또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의 27%에서 난소암이 발생했다.
가계도 분석에 따르면 직계가족(모친, 자매, 딸) 중에서 폐경 전에 발생한 난소암 환자가 2명이 있다면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질 확률은 35∼40%가 된다. 직계가족 1명과 다른 가족 구성원 (할머니, 고모, 사촌, 손녀) 1명에게서 난소암이 생겼다면 난소암의 위험도는 2∼10배 늘어난다.
○ 난소암 치료법 복강 내 항암제 투여 시도
후천적으로는 고지방, 고단백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과 비만, 석면과 활석 등 환경적 유발 물질이 난소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말기 환자는 재발이 잘되고, 치료가 특히 어렵다. 5년 생존율이 3기는 23∼41%, 4기는 11%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이런 난소암의 생존율을 늘리려고 다양한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