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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를 들고]인슐린주사 거부감 당뇨병 극복 큰 걸림돌… 5분 투자로 행복해지길

입력 | 2012-05-14 03:00:00


조영민 서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몇 달 전, 정기 진찰을 위해 병원을 찾은 50대 환자의 표정이 어두웠다. 10년 전 발병한 당뇨병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했는데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약만으로는 혈당 조절에 한계가 있었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고하니까 당황하고 주저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를 권할 때 보이는 흔한 반응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인슐린 주사에 대해 “이 고통스럽고 번거로운 것을 어떻게 한담?” 또는 “이제 내 병이 갈 데까지 갔구나”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당뇨병은 환자가 200만 명에 이르는 국민 질환이 됐다.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실명, 신부전, 하지 절단,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 끔찍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발병 초기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혈당을 조절하려면 식이 운동 요법을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먹는 약을 추가한다. 그러다가 인슐린 주사가 꼭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다.

당뇨병에서 혈당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치료는 예정된 길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에 편견을 지니고 있다. 심하면 치료 기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주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인슐린 치료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슐린 치료가 꼭 필요한데도 주사에 대한 선입견 탓에 혈당조절에 실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결국 무서운 합병증이 찾아오고 병세가 악화된다.

최근에는 의술과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인슐린 주사는 놓는 것 자체가 매우 수월해졌다. 짧고 가늘며 잘 가공 처리된 주삿바늘을 이용하므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몸을 찌를 수 없다며 한사코 거부하던 환자도 충분한 교육을 받은 뒤 직접 하고나서는 “아무것도 아니군요”라고 멋쩍어한다.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혈당을 조절하면 합병증의 가능성도 낮출 뿐 아니라 원기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인슐린은 신진대사에서 그만큼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지만 혈당 검사와 인슐린 주사에 걸리는 시간은 하루에 5분도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합병증 없이 병을 평생 다스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슐린 치료는 저혈당과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의사와 잘 상의하고 충분한 교육을 받은 후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대비할 줄 아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갖는 지혜이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을 초기 단계부터 꾸준하게 관리한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의 불편함을 이겨내는 지혜와 치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주사를 기피하는 환자들의 인식이 병보다 더 무섭다.

조영민 서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