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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됩시다]외국인 “셀, 셀, 셀…” 5월 2조원 순매도

입력 | 2012-05-15 03:00:00


5월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의 ‘셀(sell) 코리아’가 무섭다.

14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500억 원이 넘는 돈을 빼가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문제와 국내 증시의 쏠림현상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총 1조9506억 원이나 빠져나갔다. 14일 순매도액을 포함하면 2조 원을 넘어선다. 5월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주가가 폭락한 8월 한 달간 5조 원이 빠져나간 때와 비슷한 규모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4월에 영미계 자금이 먼저 빠져나갔고 5월 들어서는 유럽과 조세회피지역 자금까지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업종별로 보면 주로 업황 회복을 기대하며 투자비중을 늘리던 철강과 화학 쪽 주식을 다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약 10조 원의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던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다시 증폭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연립정부 구성이 난항을 겪고 프랑스에 좌파정권이 들어서는 등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긴축을 놓고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현금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시가 2월 이후 게걸음 장세를 이어가다 이제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갔고 외국인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간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일부 대형주에만 돈이 몰리고 대부분의 소형주는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도 문제로 꼽힌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투자할 종목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올 들어 크게 오른 대형주들에 대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순매도 규모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과 같은 ‘주가 폭락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에는 위기 전염을 방지할 대응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증폭된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확보 등 글로벌 금융 안전망이 마련돼 급락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또 아직까지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김 연구위원은 “투기성이 강한 조세회피지역 자금은 작년처럼 적극적인 공매도를 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계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도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며 “글로벌 증시의 불안감이 고조돼 신규 매수액을 줄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순매도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