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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계종 도박 파문]‘승려도박’ 폭로 관련 3人 인터뷰

입력 | 2012-05-15 03:00:00


《 대한불교조계종이 스님들의 도박사건으로 2009년 현 총무원 집행부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조계종은 14일 사건 당사자인 조계사 전 주지 토진 스님 등의 참회문 발표와 종책 모임(계파) 해체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명진스님의 측근이자 민주통합당 불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국 씨(54)는 이날 오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도박 동영상은 1일 (내가) 처음으로 불교계 언론에 제보했다”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자승 총무원장과 대립하고 있는 ‘A 스님(명진)의 측근 B 씨’로 언급돼 왔다.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62)도 사건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9일 검찰에 이 사건을 고발한 성호 스님(54)도 같은 날 오후 서울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
■ 도박 동영상 첫 제보 김영국 씨
“모르는 사람이 USB 갖고와… 개혁주체가 개혁대상”


김영국 씨(사진)는 14일 ‘종단 개혁에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와 함께 스님 도박 동영상에 얽힌 전말을 털어놓았다. 그는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교체 압력설 등을 제기하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판해왔다.

―조계종 현 집행부와 갈등 중인 ‘A 스님(명진)의 측근 B 씨가 동영상을 기획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김영국 씨가 B 씨 맞나.

“(잠시 침묵 뒤) 맞다. 나다.”

―동영상을 기획했나.

“아니다. 1일 누군가 동영상을 갖고 나를 찾아왔다. 면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스님은 아니었다.”

―누군지 밝혀도 되는 것 아닌가.

“나 역시 그에게 어떻게 동영상을 갖고 왔나, 백양사의 누군가 보냈냐며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백양사와 관련된 것을 어떻게 알았나.

“동영상에서 카드에 돈 더미, 담배, 술까지 등장해 ‘참 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큰 관심은 없었다. 저런 ‘양반’이 한둘이 아니니까 하며 그냥 지켜봤다. 그러던 중 아는 토진 스님(당시 조계사 주지)이 나왔다. 밑에 날짜도 있고 해서 백양사 방장이던 수산 스님 49재 즈음 촬영된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나.

“솔직히 그렇다. 화도 났다. 한때 민중불교운동과 종단 개혁에 참여했던 중견 스님까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계 언론의 첫 보도(4일)에는 왜 동영상이 나오지 않았나.

“등장인물 식별이 쉽지 않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

―명진 스님이 개입했다는 얘기도 있다.

“명진 스님은 몰랐다. 이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 된 상황이냐는 전화가 와서 제보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이나 수좌 지선 스님과 접촉한 적은 있나.

“없다.”

―9일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과의 접촉은….

“잘 모르는 분이고 접촉한 적도 없다. 나중에 동영상을 보니 같은 내용이더라. 제보자가 복수로 동영상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스님이 내가 제보한 교계 언론을 통해 구한 것 같다.”

―조계종이 총무원장 참회문 발표와 계파 해체 등 개혁안을 내놓았다.

“총무원장 스스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먼저 적나라하게 반성하는 게 해법의 첫 단추다.”

―왜 불교계가 여기까지 왔나.

“1만3000명의 스님이 모두 그런 게 아니라 ‘잘나가는’ 스님 200여 명이 문제다. 이들이 바로 종회의원, 총무원 간부, 본사 주지 등을 하며 술과 도박, 돈과 관련한 비리를 저지른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개혁을 하겠나.”
■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
“모두 물러나야… 제2 제3 비리자료 있다”


검찰에 도박사건 동영상을 고발한 성호 스님(사진)을 14일 서울 서초동의 복집에서 만났다.

―조계종이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쇼’다. 총무원장, 중앙종회 의원 모두 물러나야 한다.”

―그러면 누가 사태를 수습하나.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을 모셔야 한다. 총무원장이 할 일은 108배가 아니라 1만 배를 하고서라도 그 분을 모셔오고, 물러나는 것이다.”

―제2, 제3의 핵폭탄급 비리를 폭로하는 자료가 있다고 했다.

“공개하면 지금 동영상과는 비교가 안 될 자료들이다.”

―알려 달라.

“핵폭탄은 북한 김정은에게 물어봐야지.”

―총무원장과 악의적으로 맞선다는 주장도 있다.

“오늘 아침 방송 인터뷰에서 총무원장과 관련한 도박 얘기를 했다.”

―동영상이 담긴 USB를 진짜 대웅전 앞에서 발견했나.

“보안상 밝힐 수 없다.”

―김영국 씨는 자신이 제보한 동영상을 스님이 다시 입수한 것 같다고 하더라. 법당에 USB가 있었다는 것은 너무 우연적이다. 언제, 어디서 받았나.

“시점과 장소가 중요해 역시 밝힐 수 없다.”

―검찰에서는 어차피 밝혀야 할 것 아닌가.

“그 대목은 묵비권을 행사할 거다.”

▶ [채널A 영상]성호 스님 “해외까지 나가 도박한 스님들도 있다”
■ ‘동영상 기획 의심’ 시몽 스님
“난 몰카 몰라… 호텔도 지선 스님측이 잡아”


“내 쪽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으로 의심 받도록 상황이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아니다.”

조계종 일각에서 도박사건 동영상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는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사진)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 ‘몰카’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수산 스님 49재와 관련한 행사와 동영상이 촬영된 백양사 인근 호텔에 방을 잡은 것도 전부 ‘저쪽’(지선 스님 측)이라고 설명했다.

시몽 스님은 “지선 스님 쪽에서 스스로 만들었을 리는 없고 그럼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 자세한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님은 김영국 씨, 성호 스님과의 관련설도 단호하게 부인했다.

스님은 최근 백양사 내부의 갈등이 종단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으로 확대된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누군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에 불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누군가? 짚이는 사람 있나? 명진 스님인가?”(기자)

“그건 모르겠다. 어쨌든 정말 초가삼간을 홀랑 태워 먹을까 걱정이다.”

시몽 스님은 사제 지운 스님이 명진 스님과 가깝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바로잡습니다]15일자 A17면

◇15일자 A17면 승려 도박 폭로 관련 3인 인터뷰 기사에서 민주통합당 불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소개한 김영국 씨는 2월 민주통합당을 탈당했다고 김 씨가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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